누리호 4차 발사 성공, 한국 우주 개발이 한 단계 올라간 진짜 이유

2025년 11월 27일 새벽,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4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당초 0시 55분 발사를 목표로 했지만, 기상·우주물체 충돌 가능성 등을 추가로 검토하면서
1시 13분으로 조정된 뒤 곧바로 발사가 진행되었죠.

누리호는 이번 비행에서 무게 516kg급 과학위성 1기와 12기의 마이크로·큐브위성을
고도 약 600km의 태양동기궤도에 정확히 투입했고, 발사 후 약 40분이 지난 1시 55분경
주탑재위성의 첫 교신까지 정상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우주에 위성을 올릴 수 있는 나라”를 넘어, 민간이 주도하는 정기 발사체 시대를 여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누리호 4차 발사, 핵심 정보 한눈에 보기

• 발사 일시 : 2025년 11월 27일(목) 새벽 1시 13분
• 발사 장소 :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
• 발사체 :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 3단 액체연료 로켓
• 목표 궤도 : 고도 약 600km 태양동기궤도(SSO)
• 탑재체 : 516kg급 과학위성(차세대중형위성 3호) 1기 + 마이크로·큐브위성 12기, 총 13기
• 비행 결과 : 3단 점화·위성 분리·태양전지판 전개·지상국 교신까지 전 과정 정상
• 특징 :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조립·발사 운용까지 참여한 첫 민간 주도 누리호 발사

이로써 누리호는 2022년 2차, 2023년 3차에 이어 연속 3회 실전 발사 성공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시험용 발사체”를 넘어선 신뢰성 있는 정규 발사체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1~3차와 무엇이 달랐나: 시험용을 넘어 ‘실용 발사체’로

2021년 1차 발사에서는 더미 위성을 탑재해 비행 성능을 검증하는 데 집중했고,
2차(2022년), 3차(2023년)를 거치면서 점차 실제 위성 탑재 비율을 늘려 왔습니다.
3차 발사가 180kg급 소형 지구관측위성을 궤도에 올리며 “실전 임무”를 시험한 단계였다면,
4차 발사는 그보다 훨씬 무거운 500kg급 과학위성과 다수의 초소형 위성을
한 번에 실어 올린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누가 만들었는가”입니다.
지금까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체계종합(설계·개발·조립 총괄)을 맡았지만,
4차 발사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을 담당하면서
발사체 제작·조립·발사운용 전 과정에 민간이 본격 참여하게 되었죠.
한국도 본격적인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 특별운영, 현장에서 느껴진 ‘성공 기원’ 열기

누리호 4차 발사는 새벽 시간대 발사였지만, 현장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습니다.
발사가 진행되는 고흥군은 “누리호 4차 발사 성공 기원”을 내걸고
고흥우주발사전망대 특별운영을 진행했어요.

전국 각지에서 모인 관람객들이 누리호 발사 장면을 직접 보기 위해 전망대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흥군은 11월 26일 오후 6시부터 27일 0시까지
전망대를 무료로 개방하고 순차 입장 방식으로 운영했습니다.
내부 인원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고, 입장객이 나가면 대기 순서에 따라 추가 입장시키는 방식으로
안전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한밤중 찬 바람 속에서 발사를 기다리는 시민들을 위해
핫팩 1,000개를 무료로 배부하는 행사도 함께 진행됐습니다.
고흥군 관광정책실은 “관람객들이 안전하게 발사 현장을 즐기고
누리호 4차 발사의 성공을 함께 기원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설명했죠.
단순한 로켓 발사를 넘어, 국민이 함께 즐기고 응원하는 우주 축제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입니다.

한편 우주항공청은 전국 과학관·천문대와 함께
토크 콘서트, 체험 행사, 누리우주페스티벌 등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열어
발사 D-데이까지 분위기를 끌어올렸습니다.
앞으로 누리호 발사가 정례화되면, 이런 공공 행사도 자연스럽게
“연례 우주 축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주인공,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어떤 위성일까?

이번 누리호 4차 발사의 주인공은 단연
차세대중형위성 3호(516kg급 과학위성)입니다.
우리 기술로 제작된 이 위성은 오로라·대기광 관측과 우주환경 측정, 우주 바이오 실험까지
다양한 과학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됐어요.

• 광시야 대기광 카메라로 오로라 및 상층 대기 빛(대기광, airglow) 관측
• 자기장·플라즈마 측정 장비로 우주환경(우주 날씨) 데이터 수집
• 우주 바이오 실증 모듈로 생명과학 실험 장비의 우주 환경 성능 검증

이 데이터는 지구 자기장 변화, 우주 방사선 환경, 플라즈마 분포 등을 이해하는 데 활용되며,
향후 달·심우주 탐사 계획 수립에도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됩니다.

‘작은 실험실’ 12개, 큐브위성이 여는 우주 실험 시대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함께 발사된 마이크로·큐브위성 12기도 이번 임무의 중요한 축입니다.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이 개발한 이 초소형 위성들은 각각 하나의 우주 실험실 역할을 하게 됩니다.

• GPS 신호 분석을 통한 전리층·상층 대기 구조 연구
•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한 해양 플라스틱·적조 모니터링
• 차세대 태양전지, 통신 장비의 우주 환경 성능 검증
• 상업용 소형위성 개발을 위한 플랫폼(버스) 기술 시험

이제 한국은 발사체를 확보했을 뿐 아니라,
“실험하고 싶은 아이디어를 진짜 위성으로 만들어 올릴 수 있는 환경”을
점점 넓혀 가고 있습니다.

왜 새벽에 쏘았을까? 야간 발사의 과학적 이유

이번 4차 발사는 누리호 최초의 새벽 야간 발사였습니다.
단순히 연출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들어갈
태양동기궤도(SSO) 조건을 맞추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입니다.

태양동기궤도에 위성을 올릴 때는 위성이 어느 시각에 어느 방향으로 적도를 통과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위성의 관측 임무(오로라·대기광 관측 등)에 최적화된 “승교점 지방시”를 맞추려면,
발사 시각이 자연스럽게 새벽 1시 전후로 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누리호가 여는 ‘우주 배송 시대’와 다음 단계

누리호는 3단 액체연료 발사체로, 600~800km 태양동기궤도에 최대 1.5톤급 위성을 투입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번 4차 발사에서 500kg급 과학위성과 12기의 초소형 위성을 동시에 올리며,
설계 목표에 근접한 실질적인 성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주항공청과 정부는 2027년까지 총 6차 발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동시에 누리호 이후를 잇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지구 관측·통신·우주과학 위성뿐 아니라, 달 탐사·심우주 탐사용 발사체까지
시야를 넓혀 가는 단계로 넘어갈 예정입니다.

민간 기업이 체계종합을 맡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국내 발사 서비스(일종의 “우주 배송 서비스”) 시장이 커지고
스타트업·대학·연구기관도 더 자주, 더 자유롭게 위성을 올릴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집니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 특별운영처럼 국민이 직접 발사를 보고 응원할 수 있는 공간도
앞으로 더 중요해질 거예요.

누리호 4차 발사가 남긴 것

한 줄로 정리하면, 누리호 4차 발사는 “기술적 성공”을 넘어
“산업·사회 전체가 함께 만든 우주 이벤트”였습니다.

• 연속 3회 실전 발사 성공으로 누리호의 신뢰성 입증
• 516kg급 과학위성과 12기의 초소형 위성을 동시에 투입한 실용 발사체 시대 개막
•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참여한 첫 민간 주도 발사로 한국형 뉴 스페이스 본격화
• 고흥우주발사전망대 특별운영, 전국 과학관·천문대 프로그램 등 국민이 함께 즐긴 우주 축제
• 2027년까지 이어질 발사 계획과 차세대 발사체 개발로 “우주 수송 능력”을 더욱 공고히 할 기반 마련

누리호 4차 발사를 계기로, “한국도 이제 우리 힘으로 위성을 언제든지 올릴 수 있는 나라”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습니다. 다음 5·6차 발사, 그리고 차세대 발사체와 달·심우주 탐사까지…
앞으로 몇 년간 한국 우주 개발을 지켜보는 일은 분명 더 흥미로워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