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물고기로 불리는 연어, 산란 후 왜 썩어가면서도 계속 헤엄칠까?

좀비 물고기 연어, 산란 후 왜 썩어가면서도 헤엄칠까?

강을 거슬러 오르는 산란기 연어 영상 보면, 눈이 희어지고 몸이 반쯤 썩은 채로 계속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모습 때문에 연어는 종종 좀비 물고기라고 불려요. 겉으로만 보면 무섭고 기괴한 장면이지만, 사실 그 안에는 연어의 극단적인 번식 전략과 놀라운 회귀 본능이 숨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연어가 왜 그런 상태가 되는지, 산란 후 몸이 썩어가면서도 왜 멈추지 않고 헤엄치는지, 그리고 연어가 어떻게 다시 고향 강으로 돌아오는지까지 최대한 쉽게 풀어볼게요.

부패로 눈이 흐려진 좀비 물고기 연어의 얼굴을 근접 촬영한 물속 장면

좀비 물고기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

먼저, 왜 사람들은 연어를 좀비 물고기라고 부를까요? 산란을 앞둔 태평양 연어를 가까이서 보면 이런 특징이 눈에 띕니다.

  • 몸 색이 평소보다 짙거나 붉게 변하고, 살이 물러진다.
  • 지느러미가 닳고 찢어져 너덜너덜해진다.
  • 눈이 하얗게 탁해지거나 손상되어 눈이 빠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 몸 표면에 곰팡이, 상처, 궤양이 곳곳에 생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류를 향해 쉴 틈 없이 헤엄을 계속한다.

겉으로 보면 영화에 나오는 좀비처럼, 이미 반쯤 썩은 시체가 움직이는 것 같은 모습이죠. 하지만 이 상태는 연어 생애 주기의 마지막 단계이자, 진화가 선택한 전략의 결과입니다.

몸에 큰 상처가 난 연어가 산란을 위해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장면

연어의 생애 전략: 한 번 번식하고 죽는 세멜파리티

태평양 연어는 대표적인 세멜파리티(semelparity, 일회 번식) 전략을 가진 생물입니다. 말 그대로 인생에서 단 한 번 번식에 올인하고, 그 이후 곧 죽는 방식이죠.

연어의 인생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게 흘러갑니다.

  1. 강에서 부화해 치어 시기를 보낸 뒤 바다로 내려간다.
  2. 바다에서 성장하면서 몸집을 키운다.
  3. 성숙하면 다시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회귀한다.
  4. 강 상류까지 거슬러 올라가 산란·수정을 마친 뒤 짧은 시간 안에 죽는다.

좀비 물고기처럼 보이는 상태는 바로 이 마지막, “번식을 마치고 죽기 직전 단계”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연어 입장에서는 이미 번식이라는 목표를 달성했고, 남은 에너지로는 오래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몸을 유지하는 대신 모든 자원을 산란과 회귀에 쏟아붓도록 진화한 거예요.

산란 후 연어의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연어의 몸이 왜 그렇게까지 망가지는지, 생리학적으로 한 번 살펴볼게요.

먹지 않고 버티는 극한의 에너지 소모

연어는 강으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거의 먹이를 먹지 않습니다. 그 전에 바다에서 쌓아 둔 지방과 단백질을 태워, 수십~수백 km를 강 상류까지 거슬러 올라가요. 이 과정에서:

  • 체중이 눈에 띄게 줄고 몸이 홀쭉해진다.
  • 근육과 지방이 빠지면서 살이 물러지고 약해진다.
  • 상처가 나면 잘 아물지 않고 그대로 남아 버린다.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와 급격한 노화

산란기 연어 몸에서는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크게 증가합니다. 이 호르몬은 단기적으로 에너지를 동원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과도하게 늘어나면:

  • 면역 시스템이 약해지고 감염에 취약해진다.
  • 근육·피부·내장 등 여러 조직이 빠르게 손상된다.
  • 결국 빠른 노화와 죽음으로 이어진다.

면역 붕괴로 인한 ‘살아 있는 부패’

면역력이 떨어진 좀비 물고기 연어의 몸에는 곰팡이, 박테리아, 기생충이 쉽게 달라붙습니다. 그래서:

  • 피부가 벗겨지고 비늘이 떨어져 나간다.
  • 지느러미가 닳고 찢어져 축 늘어진다.
  • 눈 표면이 손상되거나 백탁이 생겨 하얗게 흐려진 눈이 된다.

이 모든 과정이 연어가 아직 숨 쉬고 움직이는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사람 눈에는 “살이 썩어가는데도 계속 헤엄치는 좀비 물고기”처럼 보이는 거죠.

산란 후 몸이 썩어 상처가 깊은 좀비 물고기 연어 여러 마리가 강에서 헤엄치는 모습

좀비 물고기 연어, 정말 통증을 못 느끼는 걸까?

인터넷에서 “연어는 산란할 때 통각이 마비돼서 아프지 않다”는 설명을 자주 보지만, 과학적으로는 조금 조심해야 하는 표현입니다.

여러 연구에서 어류가:

  • 통증 자극을 감지하는 노시셉터(통증 수용기)를 가지고 있고,
  • 통증 자극 후 행동·생리·뇌 활동이 달라지며,
  • 진통제를 쓰면 이런 반응이 완화되는 것

등이 확인되기 때문에, “물고기는 통증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연어처럼 극단적인 산란기를 겪는 종은, 스트레스 호르몬과 내인성 진통 물질(오피오이드) 등의 변화로 통증에 대한 반응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설령 통증을 느끼더라도, 그보다 번식 행동을 계속하는 것이 우선이 되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이 커요.

그래서 표현을 정리하면,

좀비 물고기 연어는 통각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보기보다는, 산란기에 통증보다 번식 행동이 우선되도록 몸의 시스템이 조율된 상태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산란을 위해 폭포를 뛰어오르는 연어와 좀비 물고기 연어의 회귀 본능을 보여주는 장면

연어의 회귀 본능: 어떻게 고향 강을 다시 찾을까?

연어의 또 다른 핵심 포인트는 바로 회귀 본능입니다. 연어는 수천 km 떨어진 바다에서 몇 년을 보낸 후에도, 다시 자신이 태어난 강과 지류를 정확하게 찾아 돌아옵니다.

대양에서는 지구 자기장을 이용한 내비게이션

넓은 바다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내 고향 하구 근처인지”를 판단할 때, 연어는 지구 자기장을 일종의 내비게이션처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각 지역의 자기장 패턴을 하나의 지도처럼 인식하고, 그 차이를 감지하면서 이동하는 거죠.

강 안에서는 후각으로 ‘고향 냄새’ 추적

하구 근처에 도착한 뒤에는 후각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 연어는 치어 시절, 자신이 태어난 하천의 물 냄새·화학 성분을 각인합니다.
  • 성체가 되어 돌아올 때는 여러 지류의 냄새를 비교하면서, “내가 태어난 그 강의 냄새”를 따라 상류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 실제로 연어의 후각을 차단하면, 고향 강으로 돌아오는 회귀율이 크게 떨어지는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연어는 바다에서는 지구 자기장, 강에서는 후각을 이용해 놀랍도록 정교하게 고향으로 돌아오는 셈입니다.

죽어서도 역할을 하는 좀비 물고기 연어의 사체

무섭게 보이는 좀비 물고기 연어의 마지막은, 사실 강 상류 생태계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고마운 선물입니다.

  • 곰, 수달, 새 같은 육식 동물의 먹이가 된다.
  • 하천 바닥으로 가라앉아 곤충·무척추동물·미생물의 영양원이 된다.
  • 연어가 바다에서 가져온 질소·인 등의 영양분이 강 상류와 주변 숲으로 재분배된다.

이렇게 좀비 물고기 연어의 죽음은, 다음 세대 연어와 강 상류 생태계를 위한 영양 탱크 역할을 하게 됩니다. 살아서는 바다 생태계의 일부로, 죽어서는 강과 숲을 살찌우는 순환 구조인 셈이죠.

좀비 물고기 연어, 사람이 먹어도 될까?

많이 궁금해하는 부분이라 짧게 짚고 넘어갈게요.

  • 산란 직전·직후의 좀비 물고기 연어는 살이 물러지고 기름기가 빠져 맛이 크게 떨어집니다.
  • 면역력이 무너진 상태라 곰팡이·박테리아 감염이 진행된 경우도 많습니다.
  • 야생에서는 이런 연어를 사람이 먹기보다는, 야생 동물과 분해자가 처리하면서 생태계 순환에 기여하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우리가 마트나 식당에서 만나는 식용 연어는 대부분 산란 후 좀비 물고기 연어 상태가 아닌 양식 연어 또는 산란 전 연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좀비 물고기 연어 한눈에 정리

  • 좀비 물고기 연어는 산란 후 몸이 썩어가는 연어를 비유적으로 부르는 표현이다.
  • 태평양 연어는 한 번 번식하고 죽는 세멜파리티 전략을 택한다.
  • 산란을 위해 강을 거슬러 오르는 동안 먹지 않고, 저장된 에너지를 모두 사용한다.
  •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와 면역력 저하로, 살아 있는 상태에서 피부·지느러미·눈이 손상된다.
  • 통증을 아예 못 느낀다기보다, 통증보다 번식 행동이 우선되도록 진화한 것으로 보는 편이 가깝다.
  • 연어는 지구 자기장과 후각을 이용해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회귀한다.
  • 죽은 좀비 물고기 연어 사체는 강 상류 생태계에 중요한 영양분과 먹이를 제공한다.

이렇게 보면, 무섭게만 보였던 좀비 물고기 연어의 모습이 사실은 다음 세대를 위한 마지막 투자이자 생태계 전체를 위한 희생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산란기 영상을 볼 때, 썩어가는 좀비 물고기 연어의 모습이 단순히 기괴한 장면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마지막 전력 질주라는 것, 그리고 강과 숲 전체를 살찌우는 과정이라는 점을 함께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Similar Pos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